프란츠카프카의 "변신"에 대하여 토론을 했다. "변신"은 어느 날 한 사람이 벌레로 탈바꿈하게되어 벌어지는 내용으로 삶의 가치, 인간 소외의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마중물의 토론도 그것들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진행되었다. 토론참여자들은 각자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를 한 가지씩 가져왔는데, 다들 고민하는 부분이 비슷한 것 같았다.
진영오빠는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 학벌 등의 배경을 보는 것은 옳은 것일까? 상대방을 평가할 때 상대방의 배경이 영향을 주는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서는 배경을 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꼭 나쁘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학벌, 집안 등의 배경은 개인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찌보면 개인의 일부라고도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경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큰 영향을 줄 수 있어도, 서로 가까워지면 다른 요소들과 섞이게 되어 그 영향이 작아지기 마련이다.
재원이는 이와 비슷한 주제로 "개인의 언어(어투), 외모와 같이 외관상의 요소가 과연 중요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서는 외관상의 모습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소설 속의 그레고르가 징그러운 벌레였고 말을 하지 못하여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었다는 점도 이것의 근거가 되었고, 어쩌면 외관상의 요소는 개인의 내면을 담는 틀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예전에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이 떠돌았는데 요즘은 "보이는 것이 힘이다"라고 말한다면서 최근들어 외관상의 요소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희성오빠는" 그렇다면 나의 가치를 알아봐줄 사람은 누가 있을까? 만일 내가 그레고르처럼 된다면 누가 내 곁에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토론참여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근거로 가족이라고 대답했고, 몇몇 사람들은 가장 친한 친구 한두명 정도를 얘기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나는 누구 곁에 남을 수 있는데, 그 누구는 내 곁에 남을 수 있는가"의 문제와 연결되어서 "사랑과 믿음에 대한 대가가 없는 사랑, 조건없는 사랑이 가능한 것인가?"와 관련하여 토론이 진행되었다.
정은언니는 벌레가 된 직후에 자신의 모습에 크게 놀라지 않고, 일만을 걱정하는 그레고르의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말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과연 일이 중요한가? 사람이 중요한가?"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와서 흥미로웠다. "일을 중시하다가 부모님의 임종을 지켜드리지 못한 사람이 프로인가" 라는 질문도 던져졌고, 팀플의 경험담, 기업이 인재를 채용하는 트렌드(일 잘하는 사람 vs 사교성이 좋은 사람)… 등에 대한 이야기로도 이어졌다.
영찬오빠는 인간소외와 무관심의 문제를 맞벌이부부에 대한 이야기로 끌어내었다. 맞벌이부모를 가진 자녀의 경우 어릴 때 부모로부터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데, 자신이 결혼을 한다면 맞벌이를 할지 안할지가 질문의 요지였다. 토론참여자들의 부모님이 모두 맞벌이를 하셨어서 이야기가 많이 오고 갔다.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맞벌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나는 옮긴이가 책 뒷부분에서 던진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레고르의 변신을 자의적이라고 볼 수 있는가"가 질문이었다. 그레고르가 이전에 가족들의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살았다는 점과, 변신 후에도 크게 놀라지 않았고, 죽을 때도 자의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는데 자의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레고르가 벌레가 된 이후에도 일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일에 대한 강박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2016년 2학기 첫 토론이었는데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어서 재미있었다. 토론을 하면서 나의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고, 특히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듣는 것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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