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는 대륙을 횡단하고 뒷담화를 하는 기나긴 발전과정을 거쳐 글자와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농경문화, 종교 그리고 국가체제를 만들어 현대 인류에 이르렀다. 특히 종교와 국가체제와 같은 상상의 질서로 인간끼리 서로 믿고 따르게 만든 것을 보면 사피엔스는 정말 영리하다. 숫자, 제도, 종교를 기반으로 군대, 법원, 감옥이 수단이 되어 상상의 질서를 확립했고 더 나아가 과학을 무기로 무한한 힘을 쌓아나가는 사피엔스의 진화는 무섭기 까지 하다.
많은 내용이 고개를 끄떡이게 만들었지만 특히 농업혁명은 생각하지 못했던 면이 많았다. ‘혁명’이라는 어감이 주는 긍정적인 느낌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농업혁명이 인류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어릴 때 박물관에서 본 빗살무늬토기에 음식을 저장하던 신석기 시대 사람 모형의 표정이 막연히 수렵채집인들 보다 밝아 보이고 햇살도 따뜻해 보였던 것 같았는데.. 착각이었을까.. 얼마나 무시무시한 발전을 하게 될 줄 모르던 초기 조상들과는 달리 우리는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날씨에 연연하며 앞날을 걱정하게 되고 가축을, 때로는 같은 인간을 노예처럼 부리는 인간이 되었다. 인간 개개인의 행복과 맞바꾼 인류라는 종의 성공은 과연 얼마나 가치가 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과거 인류는 농업혁명을 통해 변한 삶이 뭔가 잘못 된 것을 알고도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없었다. 그 동안의 변화가 여러 세대를 거쳐 축적되어 버려서 익숙해져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실수와 비합리적인 행태를 따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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