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자리, 소설 속 인물들의 공간을 중심으로
“소설의 자리, 소설 속 인물들의 공간을 중심으로”
지난 5월 23일 수요일, 동국대학교의 많은 학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작가 김애란의 초청강연이 있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작가님이 5년만에 출간하신 신간인 ‘바깥은 여름’을 안고 온 학생들도 강연실에서 언뜻 보였다. 강연은 차분하고 잔잔한 목소리로 시작되어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 속 ‘공간’의 의미를 따라 몇가지 단편을 소개되고 그런 이야기들이 나온 배경들을 상세히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작가님의 가족분들과 대학진학을 위해 상경한 날의 기억으로 강연의 첫 운이 띄워졌다. 작가님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고향을 떠나 인천에서 잠깐 지냈던 시절은 어머니를 통해 들은 이야기를 전달해주신 것이지만 작가님께 큰 영감으로 남은 내용인 듯싶었다. 더불어 작가님이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취방을 찾는 와중에 그 작은 농촌에서는 미모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모녀가 더운 여름날 서울에서 겪는 고초와 길을 건너려는 신호등 앞에서 짜증 섞인 자신과 그런 자신에게 땀이 뒤범벅된 얼굴로 화를 내던 어머니의 모습이 머릿속 깊이 남아있다고 하셨다.
다음으로는 어렵게 얻은 단칸방에 자리하게 된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였다. 건너서 아는 분의 도움을 받아 사게 되셨는데 컴퓨터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기에 자신이 고를 수 있었던 것 한가지는 오로지 본체 케이스였다고 하셨다. 이 기억을 그대로 단편소설에 드러낸 구절을 읽어 주셨는데, 가장 21세기 같아서 골랐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처음으로 큰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이야기, 풋풋한 연애이야기에서 이어진 단편들을 소개하셨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공간’의 미학이 있었다. 작가님의 소설 안에서 ‘공간’이란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듯싶었다. 처음엔 단칸방에서 나중에는 도시 한복판, 신혼부부가 빚을 내어 얻은 집까지 ‘공간’은 조금씩 커졌고 이는 작가님이 9번의 이사를 다니며 얻은 경험이 속속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또 다른 이야기로 영화나 게임으로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활자’ 매체에 대해 ‘당신은 나에게서 도망갈 수 있지만 벗어날 수는 없어요.’라는 문장을 좋아하신다며 이러한 관계가 ‘활자’와 다른 미디어 매체 사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마지막 질문하는 시간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담는 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답변이 흥미로웠다. 버스에서 자리가 나 잠깐 앉은 다른 자리에 불과할지도 모르고, 그 과정은 분명 어렵다고 하셨다. 다른 강연에서는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해야 한다고 하신 뒤에 많이 후회하고 좀 더 솔직하고 더 나은 답변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셨으며 이제 이 자리에서 그 생각해온 답변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독자들에게 ‘소설’이라는 매체로 먼저 다가오시는 분이지만 계속해서 고민하고 생각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우리’와 어떤 부분에서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소민(수학과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