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과 한*일(관무)
계기
김대중 대통령 때에는 연설비서실관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에는 연설비서관으로 활동한 강원국 명사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평소에 글쓰기에 관심이 많았고,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 기대를 품고 참석했다.
강연은 70분의 강의와 20분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강연은 명사에 관한 이야기보단, 글쓰기에 대한 실질적인 노하우 위주로 진행되었다.
[말해보고 쓰라]
머릿속 생각을 막바로 글로 쓰지 말 것. 먼저 말해보라. 말이 안 나온다면 글을 쓸 준비가 안 된 것이다.
말은 굉장히 많은 장점이 있다. 말을 하기 위해선 생각과 기억을 정리해야 한다. 내 말에 대한 대상의 반응을 보고 생각을 반추해 보게 된다. 말은 퇴고할 수 없으며, 즉흥적이고 군더더기를 붙여 꾸밀 수가 없다. 게다가 말은 글보다 쉽다.
강원국 작가는 청와대 연설위원을 하면서, 역대 대통령들과 '말'로써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글'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쓰고 싶을 때 썼다가, 써야 할 때 써먹으라]
글에는 '쓰고 싶을 때 쓰는 글'과 '써야 할 때 쓰는 글'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거나 SNS에 재미를 느끼고 쓰는 글 등을 의미한다. 후자는 학교과제나 회사 보고서 등의 강제성을 띤 글을 의미한다.
사람들이 글을 못 쓰는 이유는 '쓸 말이 없어서' 못 쓰는 것이다. 강원국 작가는 '쓰고 싶을 때' 글을 써뒀다가, '써야 할 때' 써먹으라는 조언을 한다. 문장이나 어휘 등은 마치 장난감 블럭 같아서, '쓰고 싶을 때' 블럭을 많이 만들어서 '써야 할 때' 조립을 하라는 의미다. 즉, 평상시에 '쓸 말'을 많이 만들어 두라는 것이다.
'쓸 말' 혹은 '할 말' 등을 평소에 미리미리 준비해 놔야 필요할 때 써먹을 수 있다. 강원국 작가는 매번 강연하기에 앞서, 새로운 '할 말'을 준비한다며 고백한다. '할 말'은 주로 블로그에 기록해 두는데, 지금까지 기록해둔 분량이 2,800개라고 하며, 걔중 1,500개를 강연에 사용했다고 한다. 어마어마한 양의 비결은 역시나 '쓰고 싶을 때' 준비한 것을 '써야 할 때' 쓴 것이다.
[국어사전을 펼쳐놓고 쓰라]
강원국 작가는 "꼭 맞는단어와 적당히 맞는 단어의 차이는 번갯불과 반딧불의 차이다" 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하며, 적재적소에 알맞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어휘력이 필요한데, 이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이 점에서 강원국 작가는 아주 강력한 필살기를 제시하는데, 그것은 바로 '국어사전'이다.
예를 들어 국어사전에 '진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도약, 약진, 향상...' 등의 유의어가 뜬다. 유의어 중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면 된다.
그렇다면 많은 유의어 중에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할까? 강원국 작가는 "글 맛을 살리는 단어"라 말한다. 예를 들어 '바위와 바위 틈'과 '바위와 바위 공간' 이라는 문장을 놓고 봤을 때, '공간'은 추상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틈'은 글의 맛이 살아난다. 이 미묘한 차이를 감지하려면 평소 어휘에 관심을 가지고 틈틈히 어휘력을 키워야 한다.
글 쓸 때 필요한 단어는 얼마 안 된다고 하니, 평상시 작은 관심을 가지고 국어사전의 유의어를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보면 어휘력이 좋아질 것이다.
[글쓰기 전 자신만의 리츄얼을 행하라]
강원국 교수는 이미 우리 안에 '글감이 있다'고 말한다. 다만, '글길이 뚫리지 않아서' 글을 못 쓰는 거라고 한다. 그래서 글길을 뚫는 자신만의 리츄얼(의식)이 필요하다 강조한다.
유명 작가들은 모두 자신만의 글쓰기 리츄얼이 있다. 김훈은 연필을 깎고, 이외수는 옷을 갈아입고 글쓰는 공간으로 들어가며, 무라카미 하루키는 마라톤과 수영을 한다고 한다.
리츄얼을 마치면 반드시 글을 써야 한다. 습관을 들이라는 말이다. 리츄얼 후에 글을 쓰는데 습관이 되면 '글길'이 뚫리게 되어있다.
[몰입하라]
글쓰는 행위 자체가 고도의 몰입이다. 시인이나 소설가는 습관적으로 몰입이 가능한 사람들이다. 몰입을 위해선 먼저 환경이 중요한데, 고요한 환경보단 약간의 소음과 사람등이 오가는 카페를 찾거나 산책을 하는게 좋다고 한다.
고도의 몰입은 상황에 의해 발휘된다. 담화문을 갑자기 써야 하는 위기의 상황이나 SNS에 즐겁게 글을 쓰는 상황 등이 그렇다. 혹은 절박한 상황에서 고도의 몰입이 발생한다.
몰입을 위한 환경과 상황을 조성하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
[구성요소를 알면 쓸 수 있다]
독후감은 '저자소개 → 요약 → 감상 → 비교 → 결론' 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독후감뿐만 아니다. 모든 글쓰기엔 '구성요소'가 있다. 구성요소를 스스로 깨우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니, 분야별로 잘 써진 글들을 보며 구성요소를 파악하면 글쓰기가 한결 쉬워진다.
[많은 책의 목차를 보라]
교보문고에 가서 신간들의 목차만 봐도 최신 트렌드와 배경지식 등을 얻을 수 있다. 목차란 책을 구성하는 설계도인 셈이다. 목차를 많이 보면 글을 설계하는 감각이 틔인다.
[독서중 잠깐 멈춰라]
책을 한 챕터 읽은 뒤 바로 넘어가지 말고, 읽은 챕터 내용을 떠올려 보라. 이 작업이 '요약'이다. 떠올린 내용을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느낀 점은 무엇인지, 깨달은 점은 무엇인가 등을 메모하라. 이것들을 모아두면 나중에 훌륭한 글이 되고 말이 된다.
'학이시습'이라, 공자도 자신의 글과 말을 들어주는 제자가 없었다면 공부를 안 했을 것이다. 하물며 보통의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글을 읽는 이유는 '나의 글', '나의 말'을 위해서다. 더 나아가서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다.
[상상의 독자와 대화하며 써라]
글쓰기는 나만 잘 쓴다고 성사되지 않는다. 독자가 잘 받아들여야 한다. 즉, 글쓰기란 독자와의 '2인 3각 경기'다. 글을 쓸 때, 머릿속에 독자를 모셔놓고 글을 쓰라.
독자와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독자를 싫어하는 일도 있다. 보고서를 쓰는데 독자가 직장상사인 경우다. 이런 경우엔 글이 써지질 않는다. 아무리 글쓰기 실력이 좋아도 독자와의 관계가 엉망이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반면, 글쓰기 실력이 부족할지라도 좋아하는 독자에게 글을 쓰게 되는 경우엔 말과 글이 저절로 흐른다. 연애편지의 경우가 그렇다. 그러니 독자를 좋아할 방법을 어떻게 해서든 찾아야 한다. 설령 폭언을 퍼붓는 악랄한 직장상사일지라도 말이다.
[자료의 도움을 받아라]
글쓰기는 3단계로 나뉜다. '구상(아이디어)', '구성(개요짜기)', '직조(글쓰기)'다.
첫 번째, '구상' 단계에선 아이디어를 스케치한다. 쓰고자 하는 글의 키워드를 구글에 검색한 뒤 여러 가지 이미지나 음악 등을 들으며 여러 가지 구상을 한다.
두 번째, '구성'은 여러 가지 글을 보며 구성을 짜는 것이다. 쓰고자 하는 키워드와 관련된 칼럼이나 유투브 강의를 보면 구성이 짜진다. 억지로 인욕하며 구성을 짜는데 아니다. 구성을 끄집어내려니 힘든 것이다. 구성이든 아이디어든 밖에서 자극을 주면 저절로 튀어나온다.
세 번째, '직조'는 본격적으로 쓰는 단계다. 글을 쓸 적에는 네이버 지식백과나 위키백과 등의 자료검색엔진의 도움을 받아가며 쓴다.
[이야기를 써라]
우리의 삶 자체가 이야기다. 누구나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를 좋하며, 이야기를 기억한다. 모든 이야기는 의미를 갖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 '지식'으로 쓴 글을 좋아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네러티브 형식의 글이 주목받는 시대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경험'이다. 고대의 신화, 민화, 우화도 인류의 경험이 비유로 승화된 이야기다. 역사는 이야기의 보고다. 유시민이 역사에 강하다. 신문 인터뷰 등도 풍부한 경험이 담겨있는 이야기다.
이야기를 쓸 때는 '시점'과 '과정' 그리고 '인과관계'에 유의하며 쓰라. 단, '결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함께 써라]
서로 다른 경험과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1년간 함께 글을 쓴다면 어떻게 될까? 처음엔 의견도 안 맞고, 여러 가지 소동이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 서로의 실력이 같아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선생인 동시에 학생이다. 일방적인 손해는 없다. 서로의 장점이 공유된다. 상승효과로 인해 모두의 실력이 높아진다. 여러 명이 머리를 맞대면 문제해결 능력이 높아진다. 서로서로 코칭해주고, 피드백을 해주는 최고의 글쓰기 공부다.
[쓰기보다 고치기에 공을 들여라]
처음부터 공을 들여서 글을 쓰려고 하면 글이 안 나온다. 대충 써야 글이 잘 나온다. 그렇게 술술술 나온 글을 공을 들여서 고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쓰려다 한 줄도 못 쓴다.
글을 고친다는 건 일상생활이 글쓰기가 된다는 말이다. 글 고치기를 중단하고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몸은 밥을 먹지만 머릿속으론 계속 글을 고치게 된다.
[자신만의 글쓰기 오답노트를 만들어라]
수많은 글쓰기 책들은 '이렇게 쓰지 말라'는 금제를 제시한다. 인터넷 검색해도 많이 나온다. 자신에게 해당하는 내용을 모아서 '오답노트'를 만들라. 글을 쓸 때마다 자신만의 오답노트를 보며 글을 수정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 그리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용을 추가하여 오답노트를 업그레이드 하라.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글쓰기 실력이 일취월장 될 것이다.
느낀점
글쓰기를 업으로 삼으면서 느꼈을 고민과 좌절 등을 '글쓰기 노하우'로 승화시킨 멋진 작가의 명강의. 단순한 기술이 아닌, 글쓰기를 삶으로 가져오는 길을 안내받는 시간이었다.
대학생활은 끊임없는 글쓰기의 연속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글을 삶으로 가져오는 자. 글을 즐기는 자가 대학생활의 승자가 된다.
이번 강연을 계기로 글쓰기와 친해지고 학점도 잘 받는 멋진 동국인이 되고 싶다.
상부상조하는 세상. 명사의 명강의에 응답하기 위해 YES24에 접속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