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 지식강연] 이병률 시인이 선사하는 '좋은 여행'
9월 15일, 동국대학교 중앙도서관에서 ‘명사의 지식강연’ 행사가 있었다. 명사는 이명률 작가·시인으로,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끌림’ 등의 책으로 잘 알려진 분이다. 나 역시 유명한 책인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를 읽은 적이 있다. 역시나 예상대로 많은 학생들이 참석했다.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병률 작가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글을 쓰려 하니 배운 게 없고 읽은 게 없었다고 한다.(본인이 말씀하신 걸 옮김) 그래서 고등학생 시절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한다. 아무 방향이나 정해서 한없이 계속 걷는 것 - 누군가는 이를 무의미하고 덧없는, 전혀 인생에 도움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들을 정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 부담을 잠깐 내려놓는 것. 두렵지만 의미있는 일이 분명하다.
당신이라는 안정제 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불안이 없어지는 것보다 감미로운 불안을 느끼는 것이 낫다고 한 게 기억에 남았다. 감미로운 불안이란 무엇인가 나도 잘 모르겠고 또 과연 감미로운 불안이 존재할까? 라는 의문이 떠오르긴 했지만, 불안을 완전히 버리는 것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그 불안을 '감미롭게' 바꿔서 함께하는 게 더 낫겠지.
그리고 혼자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고, 남들이 말 거는 것도 되게 좋아한다고 했다. 역시 여행 산문집을 쓰신 분이라 그런지 여행에 대한 내공이 깊어보이셨다. 나는 여행을 많이 다녔던 편은 아닌데 낯선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에 항상 엄청나게 빡빡한 계획을 짜서 오직 나의 일행하고만 다녔지만, 한번쯤은 이렇게 자유로운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이 속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나같이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겠지.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다이어리를 쓰는 것'에 대한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내 보물 1호가 그동안 써온 다이어리들일 정도로 나는 다이어리 쓰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쌓아온 기록을 다시 들춰볼 때면 정말 재미있다. 물론 가끔은 귀찮기도 하고, 스트레스 받는 날에는 그 내용을 글자로 옮기는 것 만으로도 정신적 부담이 너무 크다. 하지만 작가님이 어떤 식으로든 발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하셨고, 나 역시 이에 동의한다. 좋은 사람이 되는 기록 - 좋은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인지 몰라도,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쓴다는 게 여간 보람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다이어리를 쓰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때 기뻤다. 나의 취미가 역시 의미 있는 취미구나 싶어서. 그리고 언제든 본인에게 글을 쓸 것. 역시 글을 많이 쓸수록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의 모멘텀은 과연 언제였나. 사실 나는 모멘텀이 아직 나에게 오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바로 지금인 것 같기도 하다. 확실히 말하기가 어렵다. 추가 심하게 흔들려야 인생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데, 나는 언제쯤 안전하게 중심을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조금 다른 시선이 우리를 성장시킨다.’라는 문장. 강연이 처음 시작될 때 슬라이드에 나온 문장이었는데 여러 부분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경직된 사고를 가진 나에게 각성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한, 그런 문장이었다.
강연에서 인용된 글들이 다들 좋아서 그 책들도 꼭 전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열정적으로 듣는 다른 학생들을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긴 방학 끝 시작한 2학기가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마음의 양식이 된 좋은 강연이었다. 삶을 살아가면서 좋은 여행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를 열심히 견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