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캠프/문학기행

행사명
동국인을 위한 독서문학여행:전주 처마 밑으로 전해오는 전통과 문학의 향기
행사일
2018-06-22 09:00 ~ 17:00
접수기간
2018-05-14 ~ 2018-06-14
행사장소
전주한옥마을 및 문학관
신청인원/정원
39명 /38명 마감되었습니다.
대상
본교 학부재학생

내용

 

세부일정은 추후 안내할 예정입니다

후기

안성현 2018-06-27 추천(0)
지난 주의 전주, 전 주의 전주
전주를 다녀온 지 일주일. 다시 하루하루가 무미건조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의 원래 집은 경주이다. 경주에서도 촌에 속하는 불국사 정토 아래 집을 두고 있다. 베란다를 열면 목초지가 있고, 산과 강이 있다. 그런 곳에서 20년을 지낸 나는 그런 곳의 풍경이 비경 (祕境)인 줄 모른 채 지내왔다. 가끔 주말에 햇살 좋은 날엔 그런 마음이 오고 갔던 것 같긴 하다. 그렇게 살아온 나는 서울이 가장 경치가 빼어나게 아름다운 곳인 줄 알았다. 상경해 산 지도 어언 4년차이다. 지금은 서울도 익숙한 풍경이 돼 별 감흥이 없다. 그렇게 익숙한 풍경 속 건물의 작은 침대에 누워있던 주말 한 낮에 휴대폰을 보던 중 학교도서관에서 독서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친구가 알려줬다. 그래서 ‘응? 그게 뭐지’ 란 마음을 품고 북삼매 홈페이지를 뒤적거렸다. 뒤적거리다 발견한 그 것은 전주로의 여행이었다. 평소 경주라고 똑 같은 곳이라 생각한 전주는 아니나다를까 이름만 들어서는 별 감흥이 없었다. 근데 그 때 든 생각이 내게 감흥을 주는 곳은 어디일까란 물음이 생겼다. 그리고 친구도 시험도 끝난 참에 자꾸 가자고 졸랐다. ‘알겠다.’. 라고 하고 전날 밤에 가방을 싸고 수학여행을 가는 마음도 아닌, 그냥 학교를 가는 마음으로 잤다. 그리고 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니 오랜만에 고등학생이 돼 수학여행을 가는 한 반이 된 기분이었다. 그렇게 기분이 점점 여행에 젖기 시작했다. 전주에 내려 한옥마을을 속을 둘러보니 ‘경주랑은 다른 곳이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밤이 늦을 때까지 발을 쉴새 없이 움직였다. 계속 어딘가 둘러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밤에 나를 물던 모기도, 벤치에 앉아마시던 맥주도, 다같이 조선시대의 역사를 설명듣던 경기전에서도 모든 기억들은 어느새 어제에서 그저께에서 전 주의 일이 되었다. 이렇게 추억이 하나생겼고, 나의 24살 중반에 독서기행이라는 필모그래피를 추가했다는 기분에 꽤 만족스러운 여행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누군가 전주는 어떤 곳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전주가 ‘감흥을 줬다’고 하겠다
유병우 2018-06-24 추천(0)
전주는 나에게 낯선도시였다.
 전주는 나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도시였다. 그 이유는 25년간 매년 할머니를 뵈러 전주를 내려가는데 그곳을 여행해보고 둘러본 적은 없기 때문이었다. 차 속에서 보는 전주가 아니라 그 곳의 바람을 느끼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며 제대로 숨을 쉬어보면서 하늘을 쳐다보고 싶었다. 그것이 내가 이번 독서문학기행을 신청하게 된 이유였다.

 처음 우리가 전주에서 방문하게 된 장소는 한옥마을이었다. 한옥마을을 걸으면서 느낀 것은 관광에 특화된 장소라는 것이었다. 우선, 전통한옥양식을 볼 수 있고, 역사 깊은 장소들, 차도가 넓지 않은 보도위주에, 길 사이사이에 놓여진 많은 골목길 또 여러 먹을거리 등은 사람들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걷다 보니 좋은 면만이 아니라, 이면도 생각하게 되었다.

 상점들의 물가는 손쉽게 사기엔 비싸고 또 골목길에는 ‘매매’표시가 붙은 비워진 여러 건물들이 있었다. 서울서도 인기가 있는 장소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인기에 따른 높은 월세로 상인들과 그 곳의 주민들이 쫓겨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혹시 전주도 그러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또한, 마을의 주민들은 발전을 원할 수도 있을 텐데 억지로 전통양식을 강조하면서 보수적인 입장을 만드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밤에는 남부시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시장에 가기 이전, 예전에 정부에서 백화점에 밀려 시장에 가는 사람이 적어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시장(市場)경제 활성화’라고 여러 대책을 내놓은 것을 기억했다. 남부시장도 혹시 다른 시장처럼 사람이 적을까 걱정이 들었는데, 딴 세상 얘기였다. 시장 곳곳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면서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시장에선 매주 금,토요일에 야시장을 연다는데 야시장 속 이색적인 음식들로 젊은이들을 끌어오는데 성공한 것 같았다. 또 시장 위엔 청년 몰이라고 젊은 예술가 및 상인들의 가게가 있었다. 청년실업의 해소법으로 청년들을 위한 장소를 내주고 젊은 감성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 같았다. 또한 남부시장과의 좋은 시너지 효과로 서로 사람들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 감탄했다. 시장에 보러온 사람이 청년 몰을 가고, 청년 몰을 가보고 싶은 사람이 자연스레 시장도 가 볼테니 말이다. 이전에 전주는 정적이고 작은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이곳 남부시장에서만큼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생동감있는 도시의 면모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둘째 날, 아침밥을 먹고는 덕진공원을 가게 되었다. ‘공원이 얼마나 볼만하면 가는 거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짙었는데, 평범한 공원이 아니었다. 연꽃이 펼쳐진 호수. 벤치의 방향은 모두 잔잔하기만 호수를 향해있어서 누구든지 대화에 집중하거나 자신의 생각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았다. 근처에 있는 전북대생들이나 시민들의 아지트일 것 같아 좋은 공원의 표본인 것 같았다.

전주한지박물관에서는 몰랐었던 한지의 탄생과정과 그 위대함을 알 수 있었다. 한지는 원료가 질기기도 하지만, 한지를 뜨는 과정서 배열판의 섬세한 배치로 종이가 더 튼튼하게 생성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진부하고 상투적일 수 있으나 한지를 보면서 우리 조상님들이 얼마나 섬세한 분들이셨는지 감탄했다. 또 한지라는 것이 종이라는 편견을 넘어 일종의 첨단소재의 일환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팔복예술공장이라는 낯선 장소를 그 다음에 가게 되었다. ‘예술공장’이라는 것이 흔치 않은 단어라 어떤 장소일지 궁금했는데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일종의 전시관이었다. 이전에는 부지가 폐공장의 형태로 남아있었다고 한다. 처리문제로 굉장히 난처 했을터인데 이를 예술가들의 전시회로 만들어 흉물이 아닌 명물로 탈바꿈했다. 건물들이 세련되고 감각적이게 지어져있지만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전시장소들의 특징이었다. 바로 지붕이 없거나 벽의 일부가 없는 전시 공간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원래 벽이 있었던 공장은 폐쇄적이고 답답했다면 ‘우리는 그 곳을 사람들에게 개방할거야! 그 근거로 공간을 감추지 말고 보여주자.’라는 건축가의 취지가 느껴졌달까. 열린 공간이 됨으로써 새롭게 의미를 찾은 팔복예술공장의 큰 특징인 것 같다.

 전주에 가게 된다면 아마 낮은 건물들, 그 때문에 보이는 하늘들에 여유를 찾게 될 것이다. 전통이 살아있는 마을서는 시간이 거꾸로 가는 느낌이 들것이고, 그 때문에 느린 도시 라고만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남부시장, 예술공장 등 누구보다도 도시의 활성화에 애정을 갖고 임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굉장히 힘 있는 도시임에 놀라게 될 것이다.

 여행 중간 중간에 여유시간을 주어서 나를 수동적인 입장이 아닌, 이런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게 해준 동국대 스탭분들에게 감사하다. 이젠 전주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고, 기회를 만들어 준 우리 학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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