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캠프- '읽기, 글쓰기, 말하기 워크숍' 참가 후기 (정치외교학과 3학년 박현웅)
지난 16일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에서 개최한 독서캠프에 참여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진행되어서.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을 했다. 늦게 가는 바람에 첫 프로그램인 힐링 체조는 참여하지 못했다. 요즘 몸도 많이 찌뿌둥하고 어깨도 많이 뭉친 것 같아 체조를 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체조를 못 해서 아쉬웠다. 오리엔테이션을 한 후 조를 두 개로 나눴다. 한 조는 다른 강의실로 이동해서 따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나머지 한 조는 원래 있던 강의실에 남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인원이 적어 한 조당 8명 정도였다. 신청한 총 인원의 반 정도만 온 걸로 알고 있는데, 오히려 사람이 적었던 게 더 좋았던 것 같다. 그 뒤로 진행된 수업 내용은 스피치, 독서토론을 해야 하는 이유, 독서토론을 하는 방법, 서평쓰기 등이었다.
첫 시간에 배운 것은 스피치였다. MBC의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지원자들이 면접보는 동영상을 보고 잘한 점과 못한 점들을 이야기해보았다. 면접방식은 한 단어를 뽑아서 그 단어가 들어가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한 출연자는 ‘설악산’이라는 단어를 뽑았다. ‘어머니가 설악산을 가면 감자전을 꼭 먹으라고 해서 먹어봤더니 맛있었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어른들의 말을 잘 들어야한다는 결론을 이야기하는데 감자전 이야기와 결론이 잘 이어지지 않고 그 출연자의 당황한 모습이 너무 역력해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다른 출연자는 ‘나들이’라는 단어를 뽑았는데, 짝사랑하던 여자와 동물원으로 나들이를 갔는데 차여서 나들이가 안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심사위원들도 흥미진진해했고, 말는 톤이나 속도도 적당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사님은 스피치를 하는 동안 당황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순발력을 길러야하고, 말하는 톤과 속도를 연습해야한다고 했다. 그 연습은 집에서 동영상에 나온 것처럼 단어를 뽑아 이야기를 하거나, 방송사 홈페이지에 가면 뉴스 동영상이 있는데 거기에 대본도 나와 있으니 따라서 읽어보고 아나운서들과 비교해보라는 것이었다. 또 첫 번째 출연자의 이야기보다 두 번째 출연자의 이야기가 더 재미었던 이유는 “스토리” 때문이라고 했다. 팩트만 전달하면 이야기가 지루해지고 청중이 흥미를 갖기 힘들다고 했다. 어디서 이야기를 하던 짜임새가 있고 스토리를 넣으면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론을 배웠으니 이제 실습을 했다.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대학생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에 대해 발표를 했다. 강사님이 또 첫 번째로 나를 시켜서 당황스러웠다. 나는 대학생을 지성인이기에 책을 읽어야 한다, 레포트를 쓰거나 시험을 볼 때 쓸 내용이 많아진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는데 지성인 이야기는 하지 않으면 좋다는 것과 컨텐츠를 구체적으로 구성하라는 등의 비판적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넣은 것은 좋은 점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다른 조원들도 발표를 했는데 ‘책은 무엇이다.’라고 정의하면 좋다는 것, 제스처를 써주면 더 좋다는 것, 말을 잘 정리해서 해야 한다는 것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교직원식당에서 먹었는데 식권을 무료로 나눠주어서, 비싸서 잘 안 가는 교직원식당을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
오후에는 본격적으로 독서토론에 대해 배웠다. 독서토론을 해야 하는 이유 말하는 능력과 경청할 수 있는 능력과 사고력을 동시에 증진시킬 수 있다는 점과 독서토론을 잘 하는 법 삼다(다독, 다작, 다상냥)를 배웠다. 이 삼다는 독서토론 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독은 많이 읽는 것, 다작은 많이 써보는 것, 다상냥은 많이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강사님은 발췌와 낭독을 통해 책의 내용은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두 방법으로 책을 다 안 읽고도 토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발췌한 것을 낭독한 후 토론했다. 생각보다 토론이 잘 이루어졌다. 단 한 명만이 책을 반 정도 읽고 나머지 일곱 명은 책을 아예 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강사님들이 토론을 잘 이끌어나간 것도 있겠지만 학생들이 책을 안 읽고도 토론을 할 수 있었다는 게 신기했다.
토론을 한 후 서평쓰기를 배웠다. 서평쓰기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서 너무 급하게 배웠다. 서평에는 책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 즉, 저자, 도서명, 장르, 출간 경위 등이 들어가야 하고 책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나의 평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서평을 보고 책을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생각의 근거는 책에서 가져와야 한다. 제목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서평의 이론적인 부분을 배우고 실제로 서평을 써봤다. 아까 토론했던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 대해 써도 좋고 자신이 최근에 읽었던 책에 대해 써도 좋다고 했다. 나는 여름방학 때 읽었던 ‘엄마를 부탁해’에 대해 썼는데 시간이 모자라 쓰는 중간에 발표를 했다. 완성된 글도 아니고 모든 조원들의 서평을 들어봐야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평가는 받지 못했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북콘서트를 했다. 제갈인철씨가 나와서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소개하고 그 책을 바탕으로 만든 노래를 들려주면서 진행되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와 책과 노래를 결합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 분이 책으로 노래를 만드는 게 직업이 아니라 취미로 하는 일이라 해서 더 놀라웠다. 지금까지 작곡한 곡이 200 여 곡이라는 말을 듣고 또 놀랐다. 책 한 권을 읽고 노래 여러 개를 작곡할 수도 있지만 책 한 권에 노래 한 곡이라 하면 책을 200권을 읽었다는 것이 아닌가. 시작과 끝에는 뮤지컬 배우 이지은 씨가 노래를 불러주었다. 뮤지컬 배우라 그런지 역시 성량과 실력이 일반인하고 다른 것 같았다.
토론은 생각보다 재밌었고, 간식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어서 좋았다. 또 밥도 준다. 전체 인원이 20명 정도로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인원이 적어서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강의 중간 중간에 강사님들이 이 인원으로 독서클럽을 만들라고 하셨고, 다른 조는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우리 조는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어서 많은 학생들과 토론을 해보고 독서토론 모임을 만들기까지 하면 더 좋겠다. 학생들도 바쁘다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고 빼지 말고 참여해보면 좋겠다. 토요일 아침 9시에 학교로 오는 게 힘들긴 하겠지만 한 번 와보면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가지 더 시간이 짧았던 것은 정말 아쉬웠다. 마트에 가서 시식코너만 돌다 나온 느낌이다. 명색이 캠프인데 1박2일에서 2박3일 정도의 시간을 갖고 행사가 진행됐으면 좋겠다. 독서토론과 서평쓰기에 대해 배운 것은 좋았지만 심도 있게 실습을 해보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다. 모든 수업이 끝나고 참가자들 이 소감을 얘기할 때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토론은 조원들이 말을 두 세마디만 해보니 끝났고 서평을 쓸 시간도 너무 촉박했다. 또 도서관만의 행사가 아니라 독서토론이 개인의 역량과도 관련이 있으니 역량개발센터와 협력해서 행사를 진행하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기도 하다. 분명 유익하고도 재미있는 행사였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