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여행- 미룰 수 없는 자유
여행은 나를 계속 새로운 길로 열어준다.
나를 현대의 속도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현대의 속도에 맞추어 길을 걷다 보면 내가 길에게 가는 건지 길이 나에게 오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을 오면 나의 속도에 내가 맞추어 길을 걷는다. 이러한 떨림을 가지고 여행을 신청했다. 처음 남한산성부터 백담사까지 이전에 가보았지만 여러 모르는 길들이 있었다. 남한산성이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행궁을 들리지 않고 그 옆길로 가서 숲과 이름 모를 풀과 나무를 만나는 것이 새로웠다. 귀룽나무, 쪽동백, 밤나무, 층층나무 등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인 식물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렇게 큰 길이 아닌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가며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돌아서 가더라도 이렇게 행복하게 아름답게 갈 수 있다면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수 있다. 아니 훨씬 더 좋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은 인상적이었다. 아주 가까이서 보면서도 멀리 보이는 것이, 구시대의 성벽에서 현재의 서울을 바라보는 것은 오묘한 느낌을 모든 사람들에게 전달해주는 듯 했다. 이렇게 다양한 시간과 공간이 서로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수어장대로 올라가는 길, 바위를 뚫고 자르며 커가는 나무들과 풀들을 보며 그들의 생명력에 감탄을 마지 않았고, 수어장대로 가서는 나무의 그러한 생명을 위해 옛 선조들이 구멍을 내어 나무가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준 것이 인상깊었다. 그렇게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라 그러한 감정은 배가되었다. 수어장대는 그 단어의 말처럼 전장을 둘러보며 지킬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탁 트인 전망과 적당한 구름, 신비한 나무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어 정말 멋진 장면들이 연이어 만들어지고 있었다. 수어장대를 둘러싸고 씩씩히 자라는 나무들을 보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암문을 관광하고 난 후 버스에 올라 강원도 인제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런 걱정도 미련도 없이 푹 자고 난 뒤 본 저녁노을의 강원도 태백산맥 풍경이 또 내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만해마을이라는 곳을 처음 가봐서 기대를 한껏 했는데, 시설 내부는 청소년 수련원 정도의 느낌을 주었지만, 그 풍광만큼은 다른 여느 호텔만큼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를 들을 때에는, 여행을 잘 하는 법, 좋은 여행지 등에 대한 지식을 쌓고, 다른 사람들과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혼자 여행할때는 호루라기, 종이지도를 챙기면 도움이 된다는 꿀팁을 알게 되며 꼭 다음의 유럽여행에서 시도해보겠다고 다짐을 했다. 8시간쯤 잠을 잔 후 만해마을을 떠나 백담사로 행했다. 설악산 백담사는 4년 전 고등학교 때 현장체험학습으로 왔던 추억이 있는 곳이라 더욱 반가웠다. 그 때보다 더욱 많아진 음식점과 사람들을 체감하며 더욱 더 도시화 되어가는 설악산의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롤러코스터 같은 버스를 탔다. 백담사 가는 내내, 그리고 백담사에 간 후에도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연신 사진을 찍으며 함성을 질렀다. 숲길을 걸어 나가면서도, 계곡에 앉아 쉬면서도 항상 감탄을 마지 않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편안히, 고등학교 1학년 의 여행으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을 받으며 백담사를 끝으로 독서여행은 끝이 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1학기를 나름 바쁘게 살아온 덕인지 더욱 힐링이 된 것 같았다.
이렇게 여행을 하고 이야기를 듣고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다시 여행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