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도서관 ‘휴먼북 라이브러리’ 멘토 후기
로망이 있습니다. 어릴 적 품었던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도, 혹은 책을 매개로 한 소통의 매력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언젠가는 내 이름을 건 책에 내 이야기를 담아내리라!’ 하루하루가 원고가 되는 저만의 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온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만드는 게 아니라 ‘되었습니다.’ 휴먼북 라이브러리의 ‘책’들 사이에 제가 나란히 꽂혀있게 되었거든요.
한 권의 책이라기엔, 저는 아직 서툰 구석이 많은 미완성 원고입니다. 그래서 다른 이에게 보여주어도 될 만큼 채워져 있는지, 내 이야기에 흥미로워하는 사람들은 있을지 걱정이 앞서서 한참을 망설이다 지원서를 쓰게 되었어요. 대단하지 않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하자는 생각에 용기를 냈죠. 그런데 저를 ‘멘토님’이라 부르고 있는 정성스런 사전 질문지를 받았을 때, 그 이름을 들을 자격에 대해 또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완성되지 않은 제 모습이 왠지 졸작 같이 느껴져 부끄러웠거든요.
하지만 그 부끄러움이 다시금 부끄럽게도, 우리는 주어진 시간이 끝나가는 것도 모를 만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열아홉과 스물의 경계에 선 고민, 동아리활동을 시작하는 방법, 인간관계에서의 슬럼프, 설레고도 가슴 아픈 첫사랑과의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반짝거리는 눈빛, 진심이 담긴 끄덕임. 하나하나가 느리고 선명하게 다가오는데, 그게 얼마나 벅찼는지 모르겠습니다.
꽉 채워진 시간이었지만, 박수소리 가득한 특강은 아니었습니다. 깊은 대화였지만 저만치 앞서 나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들도 아니었지요. 그냥, 누구나 마음에 담고 있는 주제들. 저조차도 겪는 중인 그런 고민들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한 시간이 끝난 후에도 변함없이 멘토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멋진 줄거리가 아니지 않냐며 행여나 실망을 안겨 줄까봐 걱정했지만, 그 시간 동안 저는 분명히 누군가의 멘토였던 것입니다. 어떤 이의 그럴 듯한 이야기로 정교하게 쓰인 책보단, 주변사람의 경험과 생각으로 제멋대로 쓰인 책. 한 권의 휴먼북으로서 저만이 가진 색깔은 그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날 멘티로부터 신청하길 잘 했다는 말을 듣고 참 많이 뿌듯해했었는데요, 오히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인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지금까지의 저를 나누고, 앞으로 만들어 갈 제 모습을 상상해보게 되었거든요. 제 이야기를 좀 다듬고, 새로운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어졌어요. 언제 다시 서가에 나타날 수 있을지, 그때 저를 열람하고 싶은 독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휴먼북 라이브러리에서의 시간처럼, 앞으로도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합니다. ‘청춘연사’라는 저만의 꿈이 있거든요. 나의 삶에서 시작되어 타인의 삶으로 흐르는,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러니 빠른 시일 내에, 어딘가에서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열람일이 다가오지 않은 휴먼북이 꽤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 학기, 살아있는 책을 만나 대화해보는 건 어떠신가요? 혼자만으론 부족한 이야기를 마음껏 나누는 시간, ‘휴먼북 라이브러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 글은 휴먼북으로 참여한 교육학과 3년 이로운 휴먼북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