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의 우아함 찾기
'나름 재미있고 우아하게 사는 방법', 진지한 이야깃거리가 아닌 나에게 재미와 우아함을 권고하는 이 문구는 나로 하여금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도록 만들었다. 3학기째 학교를 다니고 있는 요즘의 나는 삶의 권태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내가 하는 공부는 무엇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며, 학점을 잘 따놓은 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이며 지금 내가 하는 행동들이 궁극적으로 나의 진로에 어떤 도움을 줄 것인지 하나 하나 꼬리를 물고 생각하다 보니 허무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는 것이 좋을까하는 무거운 주제가 아닌 '커피, 해리포터, 수호지' 라는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프로그램의 제목은 학업과 많은 고민들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에게 적합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내가 만나 봰 교수님은 다소 딱딱해 보였던 프로필 사진과 달리 굉장히 유쾌한 분이셨다. 전공 수업을 들으며 만나봬었던 많은 남자 교수님들과는 달리 김일환 교수님은 스타벅스 쿠폰을 모으며 오늘의 커피를 즐기시는, 스타벅스 쿠폰으로 빨간색 다이어리를 받고 기뻐하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즐기시는 분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와는 정 반대의 성향을 가지신 분이었다.
나는 다이어리를 모으는 소소한 즐거움도, 핸드드립으로 커피 한잔을 내어 마시는 섬세함도, 빨간색과 초록색 색조합의 아름다움도 잘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교수님이 말하는 커피원두, 그라인더, 스타벅스, 빨간색 텀블러 같은 것들이 나에게는 굉장히 낯설었다.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커피, 해리포터, 수호지 이 세 가지는 교수님이 정말 좋아라 하는 것들을 나열해 놓은 것이었다.
비록 나는 대화에 잘 참여하지 못했지만 옆의 언니와 교수님이 눈에 열정을 담아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토록 무언가를 좋아해본 적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교수님 같이 커피, 해리포터, 수호지 라고 내놓을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나에게는 없었다. 학창시절 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렸을 때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림 그리는 시간에 책 한번을 더 읽자, 커피 한잔 즐길 시간에 과제 한 줄 더 적자 하는 마음에 결국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해야하는 것은 공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건 절대 내가 원하는 인생이 아니다. 수험 생활을 하면서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내가 좋아라 하는 것들을 모두 해봐야지, 나도 나름의 취미를 만들어 보아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나에게 시간을 주기는 커녕 너 나를 조르고 묶어놓았던 것 같다. 커피, 해리포터, 수호지를 말하면서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교수님은 누구보다 본인의 소소한 행복을 즐기시고 있었다. 나 또한 누군가 '너는 뭘 좋아해?' 이렇게 묻는 다면 내 인생을 재미있게 그리고 우아하게 만들어주는 어떤 것을 말할 수 있도록 나와 더 친해지는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학우들이 이러한 고민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앞에 닥친 현실만 바라보다가 진정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놓치고는 한다. 나름대로의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이 있다.
나만의 재미와 나름의 우아함을 찾는 것. 교수님과의 가벼운 대화에서 나는 오랜만의 해방감을 느꼈다. 나중에 시간이 허락한 다면, 다시 한번 이런 기회를 가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