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심판 그리고 교수로서의 김성일 휴먼북, 그의 열정
-휴먼북을 만나기 전
사실 나는 굉장히 스포츠, 더 나아가 축구라는 분야에 아주 무지한 사람이다.
축구는 나에게 하나의 '공놀이'에 불과하며 그 공놀이에 열정을 불태우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였다.
김성일 휴먼북을 만나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도 별 건 아니었다.
'내가 정말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는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듣고, 무슨 대화를 하게될까?'
이런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신청을 한 것이었다.
휴먼북을 만나기 직전까지도 축구에 대한 분야를 많이 알아보지 않아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까 상당히 많은 걱정을 하며 그 자리에 갔다.
-휴먼북을 만나면서
예상과 다르게 대화의 초점은 단순하게 '축구'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K리그 심판이라는 것은 자신에게 명예직이고, 진짜 직업은 교수라고 생각한다는 김성일 휴먼북
그의 살아온 나날들, 그리고 앞으로 꿈꾸는 미래까지 상세한 일대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수로서의 활동을 접게되며 공부를 열심히 하게되었고, 대학, 대학원,
그리고 이론, 신체적인 능력까지 다 갖춰져야하는다는 K리그 심판까지 합격했다는 휴먼북의 말을 듣고,
선수들은 운동이나 잘하지 공부따위는 하지도 않을거라는 나의 편견에 많이 부끄러웠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혼자 깎아내리면서 무의식으로 내가 그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단순히 공부만 하는 것보다 본인의 능력치, 스킬까지 따라줘야하는 그들이 나보다 훨씬 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나의 무의식적인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또한 김성일 휴먼북님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교수직과 심판직을 겸임하며 활동하고 있었다.
주20시간정도의 강의시간을 확보하며 축구심판, 그리고 선수들 관리까지 하고 계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솔직히 경악했다.
한번쯤은 자유로운 시간을 만끽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하시는 휴먼북은 우울하고 힘든 모습이 아니라, 굉장히 뿌듯하고 행복해하는 표정이었다.
이야기를 할 때 그 표정은 굳이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의 열정을 있는그대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 열정은 저런 표정이구나. 그 사람의 표정만으로도 그 사람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구나 깨닫게 되었다.
나는 김성일 휴먼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확보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아주 부끄럽게도 나는 그 시간을 그냥 날린 것 같다.
그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늘 시간이 촉박하고, 부족하다며 핑계를 대고 별 것 아닌 일에도 늘어지고 고통스러워하고.
그렇게 시간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스스로에게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오히려 이 정도면 남들보다는 낫다고 비교했다.
그러나 김성일 휴먼북을 보며 스스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난 그저 열정과 의지가 부족한 것이었다.
내가 하는 일에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면 고통스럽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대학교 2학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대2병'에 제대로 걸려버린 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휴먼북과의 대화, 그 이후
휴먼북과의 대화 이후 나는 과제와 중간고사에 치여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나는 중간고사를 준비하고, 나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면서 마음가짐의 변화를 느꼈다.
예전에는 공부를 하려는 시도, 과제를 내려는 시도에 만족하고 바쁜 삶을 원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노력할 수 있는 한계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말 이만큼이 나의 한계일까?' '더 노력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공부하는 이 전공에 쏟는 열정은 어느정도일까?'
이렇게 늘 고민하며 학문을 파고들었다. 그 과정에서 내 자신의 열정에 대해 깊이있게 고찰할 수 있었고,
성적도 내가 투자했던 만큼 돌려 받을 수 있었다.
김성일 휴먼북은 나에게 눈빛, 표정, 손짓으로 많은 감정을 전달해줬다.
이렇게 대화만 해도 느낄 수 있는 그의 열정을 수업이나 경기장에서 보게되면 얼마나 벅찰지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그를 만날 일이 없어 그의 수업을 듣는 학생이 조금은 부러워지기도 했다.
앞에서 말했듯 난 축구에 관심은 없지만, 축구에 종사하는 사람으로부터 상당한 에너지를 얻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축구경기 관람을 생각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느낄 수 있는 열정이 있지 않을까 해서다.
아주 우연히 심판으로 있는 김성일 휴먼북을 만나게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다시금 그 에너지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