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연예부 기자로 살기란? / 글 신문방송학과 김현지
'뉴스는 팩트다,' 디스패치에 8년째 몸담고 계시는 국문학과 04학번 서보현 선배의 휴먼북을 들었습니다. 기존 연예지와는 다른 취재방식으로 매 기사마다 이슈를 불러일으키는 디스패치, 그 오해와 진실을 현업에 계시는 선배님께 직접 듣고 싶었습니다. "난 말리고 싶다, 이 직업"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이 더욱 눈길을 끌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연예기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못하는" 직업이라고 합니다. '연예인 많이 볼 수 있겠네, 한 번 해볼까?"라는 마음으로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환상과는 달리 반복되는 작업을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입니다. 보통 연예기자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고 합니다. '아침 8시, 출근 하자 마자 자리에 앉아 메일로 온 보도자료를 받아씀. 10시, 아침 드라마 받아씀. 점심 먹은 이후 하루 종일 검색어 순위에 오른 연예인의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 입장 확인 후 기사 작성, 다른 기사 복사 변형하기 또는 그 연예인의 과거 행적에 관련한 기사 작성 등등. 퇴근 후 22시에는 드라마, 23시에는 심야 예능 받아 쓰기...' 제대로 된 기사 작성 교육이나 데스킹(취재기자들의 원고를 본지의 편집 방향에 맞게 수정하고 검토하는 역할) 작업 없이 이러한 생활을 계속해서 반복한다고 합니다. 연봉 수준도 높지 않고, '앉은뱅이'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데에 회의감을 느껴 조기 퇴사하는 사람도 많다고 합니다.
디스패치는 이러한 연예지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취재에 나섰다고 합니다. 무수한 열애설 기사 속에서 디스패치만이 빛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취재를 하면서 얻은 '사진자료'덕분이었습니다. 기사 작성의 가장 기본이 되는 취재가 다른 연예지의 차별점이 된다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합니다. 이러한 사진자료로 인해 '파파라치 전문 언론사'라는 비판을 얻기도 했지만, 그와 동시에 높은 신뢰도를 얻어냈습니다. 선배님께 조심스럽게 "열애설 증거 사진 보도로 인한 연예인의 사생활 침해에 어떻게 생각하시냐?"라고 질문을 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이에 답변하기 앞서 우선 연예매체의 생태계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연예매체는 대중이 연예인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궁금증을 풀어주어야 하고, 그 정점에 그들의 열애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느 집단에 가든 연애 관계가 가장 이슈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이들의 열애를 밝히기 위해서는 사진 증거가 필수라고 합니다. 증거가 없는 기사는 소위 말하는 '찌라시'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죠. 상당수의 사람들이 이 사진 자료를 얻기 위해 디스패치 기자들이 24시간 스토커처럼 취재한다는 오해를 하는데요, 선배님은 '사실무근'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기본적인 생활 패턴을 확인하면 하루 3~4시간만으로도 충분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가령 장기간의 업무 이후 귀국했을 때, 혹은 휴가를 얻었을 때 보고 싶은 연인을 가장 먼저 보러 가는 것처럼 말이죠. 공공장소에서만 촬영을 진행하는 것도 그들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디스패치만의 철칙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방식이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합리적이다'고 말하기도 한답니다. 근거 없는 루머의 확산을 방지하기 때문이죠.
1분에도 수백 건의 기사가 올라오는 연예기사, 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회수를 많이 올릴 자극적인 기삿거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는 달리 실상을 들여다보면 연예기자는 키워드로 전쟁터에 참전하는 전사와 같은 모습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예계에 꾸준한 관심과 애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