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적 사고, 연극적 삶 / 글 영문학과 박지원
예술은 나와 관련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분야다. 그래서 직접 찾아볼 생각도 없었고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나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다. 이동훈 교수님께서는 예술의 일반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셔서 구체적인 예술분야, 특히 연극에 대한 부분과 함께 이를 삶에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조언을 해주셨다.
동국대학교 연극학부에서는 연기기술을 배우기도 하지만 학문적인 면을 중심으로 교육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연극이라는 분야의 학생들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윤리와 함께 인간의 열망과 성취욕 그리고 엄격한 규율과 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연극이 사람들의 가치와 사고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들이 강조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수님께서 보는 세상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수학과 언어 그리고 예술. 수학적 능력은 사실(fact)을 분석하고 분리하며 특성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부분이고 언어적 능력은 수학적 능력을 통해 이해한 부분을 전달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술적 능력은 수학적 능력과 언어적 능력 사이의 다리역할을 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활용한 해석적 능력을 일컫는다. 즉, 수학적으로 이해한 부분을 창의적(예술적)으로 해석하여 언어로 전달하는 것이다. 예술의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없앨 수 있는 명확한 설명이었다.
연극에 있어서 필수요소인 프로타고니스트에 대한 설명과 진정한 프로타고니스트의 요소를 알 수 있었다. 프로타고니스트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게 두 가지의 구성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어떤 상황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그 문제를 극복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첫 번째 요소는 수동적이라고 할 수 있고 두 번째는 능동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다. 교수님께서는 두 번째 요소의 가치가 더 높으며, 우리는 각자의 삶에 능동적인 행동을 하는 두 번째 요소의 프로타고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비극은 ‘내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는 자만으로 시작되며 어떠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으로 옮길 때 과연 그 목표가 나의 욕구에 의해서 시작되었는지 아니면 사회의 욕구에서 시작이 되었는지 파악할 필요성을 강조하셨다. 또한 인생은 무조건 앞으로 가기 때문에 멈춰있는 것도 뒤로 밀려나는 것이라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인생에 대한 조언으로 남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노력하지 말 것도 당부했다. 그 문제를 제3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해결하려는 것과 그 문제의 중심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개인이 상대방을 도와주기위해서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려고 하는 노력은 좋은 의도이지만 오해와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프로타고니스트(주인공)의 반대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안타고니스트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해야 하는지 질문을 했다. 교수님의 해결책은 단순하면서도 명쾌했다. 나의 삶에 안타고니스트가 생기는 원인을 나에게 원하는 것이 있는데 내가 그것을 그 사람에게 주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하셨다. 이 갈등상황의 해결책으로 안타고니스트가 원하는 바를 제공하거나 제공할 수 없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서 이해시키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연극에서 이어진 대화는 삶으로 이어졌는데 교수님의 삶에 대한 시각과 태도는 명쾌하고 정확하다고 느꼈다. 마치 인간의 행동을 개념화, 공식화하여 복잡한 인간의 심리와 사회를 단순화 시켰다. 예를 들어 [A = O + O]라는 공식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공식화 했다. 즉, 인간의 행동(Action)은 목적(Object)과 방해요소(Obstacles)로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하나둘씩 제거하다보면 행동으로 이뤄지고 결국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방해요소들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정확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문제점의 사실을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 예를 들면 안타고니스트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제점(방해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사실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공식으로 효과적인 과업의 수행을 위한 순서(참여, 분석, 조사, 숙성, 선택과 발전을 위한 평가)를 알려주시며, 이 순서대로 일을 진행한다면 큰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이동훈 교수님의 휴먼북을 통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예술분야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어떻게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교수님께서 보시는 세상과 삶은 명쾌하고 간단하다고 느꼈다. 어떠한 행동을 하기 전에 수많은 행동과 예측을 하는 나와는 다른 태도를 지닌 교수님을 보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한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생긴 것 같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