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는 이유 / 글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최한윤
열심히 쓰는 것과 잘 쓰는 것 중 무엇이 중요한 지 물었습니다. 작가님의 대답은 둘 중 어느 쪽도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쓰는 게 곧 잘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대답을 듣고 나니,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어째서 나는 잘 쓰는 것과 열심히 쓰는 것을 따로 보고 있었던 걸까? 소설을 쓰려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웠고, 여전히 그 두 가지 갈래에 서서 고민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은 저희 학과의 선배이십니다. 자신은 원래 소설을 아주 못 썼다는 말로 시작된 작가님의 이야기는 약간 의외였습니다. 못 쓰는 사람이 어떻게 등단을 했지? 라는 의문을 품고선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결론은 당연하고도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노력은 재능을 이긴다. 작가님은 한 달이 넘게 취재를 요청했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소재를 바라보기 전까지는 절대 소설을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내가 잡히는 대로, 보이는 대로 써낸 것은 소설이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재능을 절대 믿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노력한 사람. 작가님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대화는 소설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영화와 드라마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작가님은 여러 분야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점, 느낀 점을 말했습니다. 아, 이런 분야도 알고 계시는구나. 작가란 저런 거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가님의 세계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항상 ‘우리는 분석하면서 작품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한 편이었습니다. 그걸 깨닫게 된 건 한 친구의 질타였습니다. 너는 왜 계속 분석을 하려 하니? 그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아 작가님께 물었습니다. 분석하면서 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저희는 한참인가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영화와 소설과, 나아가서는 시와…… 그런 것들에 대해서. 그러다가 마지막 즈음.
결국은 직업병 아닐까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 그렇구나. 그 위트 있는 한 마디로 그동안 가졌던 고민이 싹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우문현답이라는 게 이런 걸까요? 길었던 대화들보다 그 짧은 한마디가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마치 그 한마디가 나에게 계속해서 소설을 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게 앞으로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힘이 될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번 휴먼북을 계기로 소설에 대한 생각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휴먼북과 대화를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 아쉬워 따로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작가님이 해주신 많은 이야기들을 이 짧은 글에 다 담아내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작가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