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걸음으로 걷는 예술
나는 해외로 여행을 갔을 때 공원을 간다. 가능하다면 수목원이나 식물원에 가는 게 좋지만, 그런 곳은 대개 멀리 나가야 있기 때문에 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공원은 도심 근처에 있고 그 나라의 독특한 조경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이라 가기 좋다. 또 공원은 그 도시의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정원이자, 아름답게 꾸며진 공간에 녹아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라 그 나라만의 기억을 가질 수 있다.
유명한 유럽의 정원은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이 책에서 발견한 도시는 색달랐다.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켄트는 ‘영국의 정원’, ‘정원의 도시’라 불릴 정도로 황홀한 정원들이 곳곳에 있다고 한다. ‘정원’과목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걸쳐 배우는 영국을 대표하는 ‘정원의 도시’라니,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된다.
정원은 자연의 형태에 사람의 손길이 닿아 본질과 조형 사이의 적절한 거리가 유지될 때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나는 나무와 풀이 자연스레 자아내는 풍경과 바람을 좋아하지만, 그것을 바라볼 수 있는 길이 없다면 참 아쉬울 것이다. 정원은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예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