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에서 죽음을 떠올렸다.
나는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오던 길에 한계령의 절경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 자욱한 운무와 이채로운 절벽의 향연에 취했던 나는 문득, 부모의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갈 날이 어쩌면, 40년에서 50년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편안한 존재가 사라질 것을 생각하자 두려워졌다. 한계령의 구비구비 이어진 고개에서 나는 하나의 이별과 마주했다.
67살의 딸이 91살의 엄마를 담은 사진집이다. 아, '엄마. 사라지지 마.'. 이 말이 절절이 느껴지는 작가와 피사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