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속 풍치, 경복궁
서울의 다섯 궁궐 중 하나인 경복궁에게 끌린 이유는 고층 건물들 속 오롯이 자리잡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을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들과 내국인들이 물결처럼 흐르는 낮이 끝나면 경복궁은 밤으로 젖어든다. 건물과 초목들만이 마주하는 그 시간은 어떠할까. 버드나무의 잎들이 향하는 곳의 역사는 푸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을미사변을 떠올리면, 급박한 발걸음과 일렁이는 핏물을 연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경복궁은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이다. 역사를 품고, 서울의 중심지에서 조용히, 살아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