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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너 1825일의 기록 (이동근 여행에세이)
저자
이동근
발행처
21세기북스
발행년도
2012
ISBN
9788950943561 

리뷰

정봄비 2014-11-28 추천(0)
길 위에서 발견한 스타카토
길 위에 직접 서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실물처럼 생생하게 다가오는 충격은 없다. '너 1825일의 기록'은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그 주위를 둘러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익숙한 꽃들, 평범한 말, 좁은 골목길들이 담긴 책이다.
나는 광활한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 좋다. 걸리는 것 없이 뻗어나간 하늘을 볼 때 상쾌하다. 그렇지만 작은 골목길의 색이 바랜, 울퉁불퉁하게 깨진 바닥을 볼 때면 마음이 그곳에 가만히 내려앉는 기분이 든다. 벽화 마을인 '개미마을'에 갔을 때, 우두커니 계단에 앉아서 돌 틈새에 핀 들꽃을 봤을 때의 마음이 든다. 아스란히 남은 달동네의 색깔을 더듬으며 과거의 골목길에 다다른다. 익숙해서 그립다. 골목길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애틋한 것이다.
큰 도로를 걷다가 슬핏 보이는 골목길은 유혹적이다. 들어섰다가 끝이 막혀 다시 되돌아오기도 하지만,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은 일상에 새로움을 준다. 단조로움에 새콤한 스타카토가 얹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