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s miserables, miserable?
레미제라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장발장이 악덕 여관 주인 부부로부터 코제트를 구해내는 장면이다. 장발장의 돈으로 코제트의 운명은 바뀐다. 장발장이 아이들에게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다면 코제트는 비록 부잣집 딸은 되었을지 몰라도 불행했을 것이다. 다행히 장발장은 자상하고 자애로운 아버지로서 코제트가 순수하고 행복한 소녀로 성장할 수 있게 해준다. 장발장도 코제트 때문에 행복했다. 사람은 사람에 의해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일화였다.
레미제라블이 유명한 소설인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 상황을 잘 담아내고, 주인공의 삶에 반전이 있고, 자신에게 강직한 사람이 있어서가 아닐까. 시대 상황을 독자들이 흥미롭게 느끼도록 글에 담아내기 위해서는 당시에 대한 통찰도 필요하지만 현실과 글을 연결시키는 감각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시대 상황을 담아 글을 쓴다는 것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사람은 비슷한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고, 사람들의 생각도 반복된다. 글을 읽다 '아, 내가 느낀 것과 똑같아. 이 작가는 정말 사람 마음을 잘 표현하는구나.'라고 느낄 때 그 감정이 과거엔 없었을까, 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장발장의 삶엔 반전이 있다. 빵을 훔쳐 감옥에 들어간 그는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이었다. 감옥에서 나와 열심히 일해 부자가 된 그는 남부럽지 않은 상류층이 되었다. 이렇게 끝났다면 그저 평범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장발장은 코제트를 딸로 삼고, 그녀의 사랑인 마리우스를 구한다. 그리고 마리우스에게 자신이 불리해질 과거를 말하고, 사랑하는 딸과 떨어져 산다. 후에 모든 진실을 알고 용서를 구하러 온 마리우스와 딸 코제트의 방문으로 장발장은 그들의 곁에서 행복하게 죽는다.
자신의 잘못에 죄책감을 느끼고 이를 솔직히 반성하는 사람. 이런 인물이 드물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런 등장인물에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에서 그런 사람은 자베르다. 편견에 찌든 사람이었지만, 이마저도 자신의 잘못이라 인정하고 자살하는 자베르. 공과 사를 구분한다는 것의 본질을 다시금 곱씹게 해준 인물이다.
레미제라블을 통해 내가 느낀 것은, '사람은 사람에게 또 다른 하루를 준다'는 것이다. 그 하루가 어떤 하루일지는 그 사람에 의해 달린 것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