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공모]사랑의 방향이 사람 외의 것에도 향하는 삶이란 얼마나 풍요로운가
사랑을 ‘그 사람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에로스를 찬양하는 향연 속에서 나는 사랑이란 의미가 사람의 수만큼 다채로움을 느낀다.
책을 읽으며 당시 사조였던 동성애와 신들에 대한 감희를 살펴볼 수 있었다. 또 여성을 경시하는 생각이 연설에 녹아들어 있어 문학이 당시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을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고대 아테네의 ‘시민’이 될 수 있는 이는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성인 남자뿐이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신녀인 디오티마에게 당시의 지성으로 일컬어지던 소크라테스가 배움을 청한 일이었다. 신녀 역시 여성인데도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대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향연의 자리에 있던 이들에게 신녀란 ‘신의 대리자’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지혜를 구할 수 있는 이라면 성별을 구분하지 않았던 것일까? 그들의 의중이 궁금했다.
에로스를 예찬하는 이들은 사랑의 의미를 다양한 곳에서 발견했다. 이처럼 사랑의 대상이 사람만이 아닌 삶은 얼마나 풍요로운가. 조용한 목소리가 울리던 강의실 창 너머, 선하게 푸른 하늘과 스러지는 잎사귀들을 보면서 학생으로서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느꼈던 날, 캄캄한 밤에 부지런한 삶에 대한 다짐에 힘입어 발걸음을 서둘렀던 시간 모두 사랑이었다. 계속 되새기고 싶은, 귀하고 사랑스러운 순간들이었기 때문이다. 내게 사랑은 삶에 단 한 번이라도 오기 힘든 순간들을 음미하는 것이다.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한 쿠바 가수가 카네기홀의 관객석을 찬찬히 바라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모든 이가 기립하여 박수를 보내고 있는 모습을 담던 그 눈. 먹먹한 눈망울이 아님에도 그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공연이 성공했기 때문에 행복에 찬 눈이 아니었다. 음악으로 당신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는 감사의 마음과 함께, 음악이 채웠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그 황량하고 다정한 눈빛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 눈빛이야말로 삶의 단 하나의 사랑을 바라보는 이의 눈빛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