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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
인간 불평등 기원론
저자
장 자크 루소
발행처
부북스
발행년도
2013
ISBN
9788993785463 

리뷰

김혜미 2015-11-29 추천(0)
[북리뷰공모] 불평등, 그 시작은 어디인가?
‘금수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최근 들어 생긴 신조어 중 하나로, 부모의 재력 혹은 능력이 뛰어나 별다른 노력이나 고생 없이도 풍족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자녀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그냥 우스꽝스러운 단어라고 여기고 웃어넘길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리 노력해도 부를 물려받은 사람들을 이길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가혹한 현실을 잘 나타낸 단어라고 할 수 있다.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유럽에서 일어난 시민혁명 이후,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념이 전 세계에 널리 퍼졌고, 그 결과 많은 국가들이 자유와 평등을 얻었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가? 아마 누구도 쉽사리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계급 사회는 분명히 시민혁명과 함께 사라졌지만 나는 그것은 명목적인 소멸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는 아직도 계급사회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소위 ‘금수저’들은 이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의 상층에 존재하는 것이다.
인류가 이 지구 위에 나타나고 그 후 약 200만년이 지난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을 쟁취하기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으나 만인이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는 아직까지도 이상적인 세계로 여겨질 뿐이다. 그렇다면 왜 만인은 자유롭고 평등해질 수 없는가? 그리고 우리를 불행하게 하는 이러한 불평등은 언제부터 존재하기 시작했던 것일까? 이에 대한 하나의 견해를, 우리는 18세기 프랑스 계몽가인 장 자크 루소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루소는 인간이 타인과 교류를 하고, 무리를 지어 살아가기 시작하고, 사회를 이루고, 국가를 이루는 이러한 과정들은 진보가 아니라 타락의 과정이며, 인간들 사이의 불평등은 인간들이 서로 어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나타났다고 말한다. 과거 인간들이 서로에게 관심이 없고, 어울려 지내기보다 홀로 사는 것이 익숙했던 때에는 불평등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으나, 이런 인간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고, 인구가 증가하고, 서로 교류를 하면 이득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소유’라는 개념이 도입되면서부터 불평등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여러 가지 문명이 발달하고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도구가 넘쳐나는 현대에 살고 있는 인간들보다 오히려 과거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던, 말 그대로 자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미개인들이 훨씬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시대에는 불평등이란 존재하지 않았으며,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지도 않았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감정들 또한 없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루소의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는 바인데, 당장 현대 사회만 보더라도 스스로 본인의 목숨을 끊는 사람이 많으며, 해마다 이 수치는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미개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결국 루소의 주장대로라면, 그리고 우리가 살아온 역사에 비추어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겠다. 인간이 타인과 어울리면서부터 불평등이 생겨난 것이라면, 타인과 어울리지 않아야만 불평등을 없앨 수 있다는 말이 되는데, 현대 사회에서 타인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한 사회에서 윗사람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이란 존재할 수 없으며, 불행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치부한다면, 이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불평등의 격차'일 것이다. 불평등이 심하면 심할수록 사람들이 불행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그럼 이러한 불평등의 격차를 최소한으로 줄인다면 어떻게 될까? 이전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이 비교적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즉, 이제 우리가 논해야 하는 것은 ‘불평등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불평등을 어떻게 하면 최소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 것이다.
1755년에 발간된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1789년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는 데에 많은 영향을 준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대에도 불평등이 만연하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이상,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여전할 것이다. 별 생각 없이 부조리하다고만 생각했었던 ‘불평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를 제공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