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비가 되어 세상에 내리다
전태일은 하나의 불이었다. 뜨거운 화염에 휩싸인 그는 연기가 되어, 눈물이 되어 하늘과 땅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비가 내렸다. 그의 죽음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환경'에 관심을 갖게 했다. 근로자들을 하나로 단결시켰다. 그리고 이소선 여사. 22살의 생때같은 아들이 화상으로 온몸이 녹아내린 것을 보면서, "내가 못다 한 일, 어머니가 꼭 이뤄주소.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고 외쳐주소." 라고 당부하며 숨이 넘어가는 아들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이 갈기갈기 찢겼을까. 얼마나 아들을 붙잡고 싶었을까. 하지만 그이는 이후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의 어머니'라 불리며 살아갔다. 나는 '전태일 평전'을 통해 사람의 의지란 얼마나 두렵고 강력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낀다.
저자 조영래도 난 사람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한일회담 반대시위를 주동하고, 변호사가 된 후에는 권인숙 씨 성고문 사건, 박길래 씨 진폐증 사건 등 학생과 노동·공해 사건에 진력하여 인권변호사로 유명했던 그이. 1974년 '민청학련사건'으로 수배되어 숨어지내면서도 '전태일 평전'을 집필한 남자!
전태일과 조영래, 이 두 불꽃은 인권 신장에 큰 족적을 남기며 젊은 나이에 사그라졌다. 그들의 삶은 뜨거운 비가 되어, 오늘도 이 세상을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