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을 통해 인간을 보다
초등학교 때 한 반마다 3-4권 이상의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이 돌아다녔다. 예쁜 그림체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게 한 원동력이었지만 일화 하나하나마다 흥미로워 책을 덮을 수 없게 했다. 장담컨대 내 또래의 사람들 중 정조 다음 왕이 누군인지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제우스의 부인이 누구인지, 바다의 신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을 통해 나는 인간을 본다. 치정과 탐욕, 시기와 질투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신들은 내숭이 없다. 참지 않는다. 솔직하기 그지 없다. 두려워할 게 없는 존재들이라 그런 것일까, 나는 오히려 신들을 통해 인간 감정의 날것을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에게 매달리기 좋아하는 것 같다. 종교가 그렇고, 다급할 때 신에게 급박한 기도를 올리는 것도 그렇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번성했을 때 볼 수 없던 신을 창조하고 그들을 따른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신전의 사제들과 신녀들은 신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을 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어째서 사람은 신을 만들어내고, 그에 매달리고 싶어하는 걸까. 미지에 관한 두려움과, 정치적 통합의 목적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죽었을 때 아무것도 없다 해도, 안 믿어서 지옥에 가는 것보단 나은 장사이니 손해볼 것은 없지만...
종교는 각자의 자유에 맡기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