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넓게 트일 곳 어디
각자에겐 이상향이 있다. 그것이 터부시 되는 금기든, 소박한 것이든 나름의 꿈꾸는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곳에 다다르기 위해 살아간다. 자신의 ‘유토피아’에 다가갈 수 없는 것은 절망이다. 괴로움과 눈물 섞인 밤이 계속된다. 그리고 사람은 두 갈래로 나뉜다. 계속 자신의 이상향을 쫓던지, 아니면 새로운 세계를 찾던지.
명준은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공허했다. 남한에서 명준은 월북한 아버지 때문에 여러 고초를 겪는다. 철학을 공부하는 그는 빈 깡통처럼 아무 목적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바람에 데굴데굴 굴러가는 쓰레기처럼, 그는 하루를 넘긴다. 아버지가 한 일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싫어 월북한 그는 거기에서도 퇴색한 가짜 열정을 발견한다. 남한과 북한, 명준이 자라왔던 곳이나 선택했던 곳 어디에서도 명준은 자신의 ‘광장’을 발견하지 못한다. 결국 명준은 자신이 바라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중립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출렁이는 바다에서, 그는 사랑했던 여성과 그 품에 안긴 아이를 본다. 그리고 명준은 자신의 광장이 바닷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의 광장을 향해 바다로 몸을 던진다.
‘열정 만만세’가 우리 삶의 모토인 것일까. 이상향을 따라 바다로 가버린 명준을 통해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