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살불살조(殺佛殺祖). 해탈을 원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미혹당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관념에, 이름에 매달리게 되면 진정으로 나의 주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무언가를 의지하기 위한 이들이 많다. 아무것도 상관없이, 그저 스스로의 속을 파고들어가는 사람이 있던가. '눈이 멀었다'란 말은 시각을 잃은 사람을 뜻하기도 하지만, 눈이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이들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생이여, 어딜 헤매는가. 부처는 스스로에 있다."란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많은 음식이 있어도 체하면 그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듯이, 부처가 되고자 하는 자가 남의 설법에 얽매여 맹목적으로 따르기만 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말은,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말라는 뜻이다. 내 자리엔 '나'만이 서 있어야지, 남이 되어 서 있어서는 안된다. 이 말은 남의 말을 무시하고 자만하라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움직이는 것은 나 자신, 본인이여만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