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추천
고대부터 정치학, 윤리학 등에 속해왔던 경제학은 18세기 이후 독자적인 학문으로서 발전해왔다. 3세기가 흐르는 동안 생성된 수많은 경제학들의 이론들과 경제 모델들은 다양한 경제 현상들의 상관관계 및 인과관계를 설명해왔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은 합리적 행동을 한다.’라는 하나의 가정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의 이 ‘절대적 가정’에 대해 의문을 품는 세력도 존재한다. 이 책의 저자 ‘아마티아 센’ 역시 그러한 사람들 중 한 학자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후생경제학, 경제윤리, 소득분배론분야에서 국제적인 명성을 누렸으며, 199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인도 태생의 냉철한 교수는 경제학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주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설파한다. 그는 경제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동기에 선의나 도덕 감정 등의 요소들을 철저히 배제하는 경제학자들의 ‘배짱’에 매우 놀란다. 불과 몇 세기 전만해도 경제학이 정치학, 윤리학의 테두리 내에 있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는 매우 건방진 태도인 것이다. 책 전반에 걸쳐 저자는 경제학이 윤리학과 멀어지면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해 집중하였다. 그는 또한 경제학의 공학적 접근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밝힌다. 일반균형이론과 같은 매우 간소화된 모델은 사회의 상호의존성 등의 다양한 상관관계를 좀 더 쉽게 “이해”시켜주는 정도까지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합리적 행위에 대해서 고찰하고 윤리학과 경제학의 뗄 수 없는 관련성을 제시하면서 인간은 기계적인 모델에 가둘 수 없다는 철학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다. 현대 사회에서 경제학은 인류와 뗄 수 없는 학문이 되었다. 그러나 삭막하고 틈 없는 경제 모델에서 인간 도덕감정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돌아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