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추천
『고도를 기다리며』의 내용은 너무나 간단하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라는 두 주인공이 '고도(Godot)'를 기다리며 나누는 대화와 사건들이 책의 내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도(Godot)'를 물체의 높이를 의미하는 '고도(高度, altitude, height)' 이해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가올 높은 성취를 기다리는 성공담이 이 책의 내용일 것만 같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책을 끝까지 읽고 느낀 감각은 '황망함' 이었다.
책의 주인공들은 고도(Godot)를 하염 없이 기다린다. 문제는 이 고도(Godot)가 누구인지, 심지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고도는 언제 올지도 모르고, 주인공이 왜 고도를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 마디로 '그냥' 기다린다.
"뭐 이런 책이 다있어?" 하면서 한껏 언짢음을 느끼고 있을 때, 무언가 필자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우리도 책의 주인공들과 같이 바보처럼 진실되게 고도(Godot)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나에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성공'이라는 고도를,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정치적 고도를, 돈 걱정을 한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로또라는 고도를 우리는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 나에게 다가온 '그것'이 고도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끊임없이 실망하고 또 기다린다. 이 과정은 끝도 없이 반복 된다. 기대하고, 그리고 실망하고. 그럼에 불구하고 다가올 그 고도(Godot)가 나를 구원하리라는 막연한 기대는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경제적,사회적 성취로 치환 되어 버린 고도(高度)라는 단어가 상존하는 한국 사회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는 우리에게 더 큰 감각적 충격을 준다. 돈, 정치인과 같이 나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만 같은 고도를 기다리며 열람실 어귀와 학원 어귀에 앉아있는 우리가 과연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를 바보 같다면 비아냥 거릴 수 있는 자격인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의 독자는 너무나 당연한 두 가지의 물음을 던질 것이다. "고도(Godot)는 무엇이지?" 와 "왜 주인공들은 고도를 찾아나서지 않지?" 가 그 질문들이다. 우리가 책의 주인공들과 같은 존재라면, 이 질문은 우리에게도 던져야 한다. "우리에 고도(Godot)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고도를 찾아나서지 않는가"
위의 두 가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필자는 결국 두 가지 해답을 찾아야 함을 느꼈다.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찾아나갈지가 그 대답이다. 무언지조차 모르는 고도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말아야 한다. 나만의 고도가 무엇인지 생각을 하고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이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보다 우리가 더 진화한 존재임을 입증하는 길이며, 저자인 사무엘 베케트가 우리에게 던전 감각의 돌팔매에 대한 우리의 대답인 것이다.
글의 말미에서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고도(Godot)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고도(Godot)를 향해 어떻게 나아가고 있나요"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대답을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고전소설을 넘어선 또 하나의 '인간'이 되어있을 것이다.